
두 보험을 비교하려고 담보 이름을 나란히 놓으면 오히려 헷갈린다. 하나는 남에게 물어 줄 돈을 맡고, 다른 하나는 내가 형사 절차에서 쓰게 되는 돈을 맡는다. 책임의 종류로 갈라 보면 어디를 손봐야 하는지가 꽤 빨리 정리된다.
- 자동차보험은 민사 배상을, 운전자보험은 형사·행정 비용을 맡는다. 손해보험협회도 두 보험을 이 기준으로 나눈다.
- 종합보험은 형사 절차에서도 한 번 일한다.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4조는 보험에 가입된 차의 운전자에게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정한다.
- 그 특례가 깨지는 경우는 법에 목록으로 적혀 있다. 12대 중과실·도주·음주측정 거부·중상해가 그것이다.
- 목록에 걸려 형사 절차가 열리면 그때 드는 벌금·형사합의금·변호사선임비용은 자동차보험 배상 담보가 아니다.
사고 하나에서 책임은 세 갈래로 갈린다
사고 한 건에서 책임은 세 방향으로 동시에 생긴다. 피해자에게 갚아야 하는 민사, 국가가 묻는 형사, 면허를 다루는 행정이다. 보험을 고를 때 막히는 지점은 대개 이 셋을 한 덩어리로 보기 때문에 생긴다.
| 책임의 종류 | 누가 묻나 | 돈이 나가는 형태 | 맡는 보험 |
|---|---|---|---|
| 민사 | 피해자 | 치료비·수리비·위자료 | 자동차보험 |
| 형사 | 국가(검찰·법원) | 벌금, 피해자와의 형사합의금, 변호사선임비용 | 운전자보험 |
| 행정 | 경찰·지자체 | 면허 정지·취소, 과태료·범칙금 | 대체로 어느 쪽도 아님 |
세 번째 줄을 눈여겨볼 만하다. 과태료와 범칙금은 법을 어긴 대가라서 보험으로 옮겨 놓을 수 없다. 운전자보험이 맡는 것은 형사 절차에서 실제로 지출되는 돈이고, 행정 쪽은 면허 취소위로금 같은 특약이 붙는 정도다.
종합보험은 형사 절차에서도 한 번 일한다
자동차보험을 민사용이라고만 알고 있으면 놓치는 조문이 있다.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4조 제1항은 사고를 일으킨 차가 보험에 가입돼 있으면 제3조 제2항 본문에 규정된 죄를 범한 운전자에게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못 박는다.
그 앞의 제3조 제1항은 교통사고로 사람을 다치게 한 운전자를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다. 종합보험 가입이 그 절차 자체를 멈추는 장치로 쓰이는 셈이다.

특례가 깨지는 목록은 법에 정해져 있다
제4조 제1항은 단서로 예외를 둔다. 그 첫 번째가 흔히 12대 중과실이라 불리는 제3조 제2항 단서이고, 피해 정도와 계약 상태에 관한 예외가 뒤에 붙는다.
| 특례가 통하지 않는 경우 | 법에 적힌 내용 |
|---|---|
| 12대 중과실 | 신호위반, 중앙선 침범, 제한속도 시속 20킬로미터 초과, 앞지르기 방법 위반, 철길건널목 통과방법 위반, 횡단보도 보행자 보호의무 위반, 무면허, 음주·약물, 보도 침범, 승객 추락 방지의무 위반, 어린이 보호구역 안전운전 의무 위반, 화물 낙하 방지조치 위반 |
| 사고 후의 행동 | 구호조치 없이 도주, 피해자를 사고 장소에서 옮겨 유기하고 도주, 음주측정 요구 불응, 음주측정 방해 |
| 피해 정도 | 생명에 위험이 생기거나 불구가 되거나 불치·난치의 질병이 남은 경우 |
| 계약 문제 | 보험계약이 무효·해지되거나 면책 규정으로 보험금 지급의무가 없어진 경우 |
목록을 읽어 보면 험한 운전만 걸리는 것이 아니다. 신호와 횡단보도, 제한속도처럼 매일 지나는 대목이 그대로 들어 있다. 그래서 형사 담보를 '나와 먼 이야기'로 밀어 두기가 어렵다.

어린이 보호구역은 형량이 따로 적혀 있다
목록 중에서도 어린이 보호구역은 따로 볼 필요가 있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13이 보호구역에서 13세 미만 어린이를 다치게 한 경우를 가중처벌 대상으로 두고 있다.
| 결과 | 법에 정해진 형 |
|---|---|
| 어린이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 |
| 어린이를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 |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 |
벌금에 하한이 적혀 있다는 점이 실질적이다. 이 돈은 피해자가 아니라 국가로 가기 때문에, 자동차보험의 배상 담보와는 아예 다른 줄에서 계산된다.
그러면 나는 어느 쪽을 손봐야 하나
담보를 늘릴지는 운전 습관에서 갈린다. 아래는 상품 이름이 아니라 담보의 성격으로 읽는 편이 낫다.
| 내 운전이 이렇다면 | 먼저 볼 곳 |
|---|---|
| 주말에 짧게만 탄다 | 자동차보험의 대인배상Ⅱ와 대물 한도부터 본다. 형사 쪽 노출 자체가 적다 |
| 매일 출퇴근하고 학교·보호구역을 지난다 | 형사합의금과 변호사선임비용 담보를 확인한다. 목록에 걸릴 확률이 올라간다 |
| 배달·영업처럼 운전이 일이다 | 운전 시간에 비례해 위험이 커진다. 형사 담보와 본인 부상 담보를 같이 본다 |
| 운전자보험이 이미 있다 | 새로 드는 것보다 가입 시점의 약관을 확인하는 편이 먼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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